열의만 넘쳐서 하는 공부 지도는 공부 때문에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만 심어준다. 초등학교 때 심어진 이 생각은 단단한 틀이 되어 부모와 나누는 대화의 90% 이상이 공부가 되는 중고등학교 때에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감정적 자극이 되어 공부 자체를 미워하게 된다.
공부법이 아니라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쳐라
초등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가 공부와 관련해서 접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처음’이다. “넌 왜 이런 것도 못하니?”가 아니라 차근차근 잘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는 잘못했다고 혼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아이가 알림장을 안써오면, “너 다음에도 안 써오면 혼나?”라며 혼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초등기는 지식이나 공부법보다 공부와 관련해서 아이와 관계된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 배우는 시기다. 일방적으로 시키는 대로 끌려가기보다 자신이 미흡하고 실수했을 때, 학습과 관계된 사람들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주력한다. 알림장을 안 써왔다면, “알림장을 안 써서 올 수도 있어. 그러면 안되지만, 그럴수도 있거든. 그런데 내일 준비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물어본다. 아이가 “짝한테 물어봐요”라고 하면, “그래, 그러면 되겠다. 짝 전화번호는 알아?”라고 묻는다. 초등학교 1학년은 대부분 짝의 전화번호를 모를 것이다. 이때 “이 바보야,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화는 하려고 그래?” 하며 쥐어박지 않는다. 공부와 관련된 상호작용이 부정적이면 공부에도 부정적이 된다. 공부와 관련된 상호작용은 비단 공부를 하는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하면 내일 학교 가서 전화번호를 알아오라고 한다. 오늘은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한다.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할 때는 아이에게 담임교사에게 할 말을 불러주고 직접 여쭤보도록 한다. “‘선생님, 저 누군데요. 제가 오늘 알림장을 못 적어왔는데, 준비물이 뭐예요? 내일부터 잘 적겠습니다’라고 말하렴” 하고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렇게 방법을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아~ 알림장을 적어오는 것이 되게 중요하구나’를 배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미숙함을 보이면 그것을 탓하지 말고, 그럴 때는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가르친다. 아이가 공부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어떤 문제의 지식적인 답이 아니라 크게 보면 문제해결 방식이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제법 했던 사람도 그쪽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크면 다 잊어버린다. 학습을 통해 아이가 배워야 하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이다. 초등기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공부에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공부의 본질이라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는 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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